[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주문을 사람이 안 받으니’…노령층의 ‘당혹’ 시대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주문을 사람이 안 받으니’…노령층의 ‘당혹’ 시대

[오프닝: 이광빈 기자]

안녕하십니까. 이광빈입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이 풀어갈 이슈, 함께 보시겠습니다.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버튼 몇 번이면 매장 직원 없이도 주문이 가능한 키오스크가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늘었습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디지털 디바이스 이용이 확대되고,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나타난 현상인데요.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비대면 서비스로도 유용하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디지털 기기는 낯선 고령층에게는 편리한 도구가 아닌 장벽이 되고 있습니다. 대면 서비스가 계속 디지털화되면서 노령층의 불편함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데요. 그 현상과 대책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김예린 기자가 어르신들을 모시고 키오스크를 이용해 봤습니다.

[“혼자서는 쉽지 않네”…키오스크가 겁나는 어르신들 / 김예린 기자]

[기자]

무인주문기 앞에 선 두 어르신이 서투른 손짓으로 화면을 짚어봅니다.

<현장음> “이것도 +를 눌러야 돼요?”

갈 곳을 잃은 손은 화면 위를 떠돌고. 주문해야 할 음료는 어딨는 건지 복잡하기만 합니다.

<현장음> “(콜라 두 캔이 여기서… 없네?) 이런 걸 헤매더라고.”

이것저것 누르다보니 음료는 어느새 세 캔으로 늘어났습니다.

커피를 주문하는 데도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화면 속 작은 글자를 읽어내려면 눈을 크게 뜨고 한참을 주시해야 합니다.

<현장음> “없는데 이걸로 시키면 되나? (이건 아이스인데?) 없는데 어떻게 해야 되지 이럴 때는?”

카드를 반대로 넣기도 하고, 제한 시간을 넘기자 결제까지 막힙니다.

가게마다 작동 방식이 다르고, 디지털 화면이 익숙지 않다보니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면 식사 한 끼 주문하기도 막막합니다.

<최종규 / 서울 용산구> “혼자 가서 하면 안 돼서. 사람들이 많은데 절대 직원이 와서 도와주지 않더라고요. 다 끝날 때까지 한 20~30분 정도 기다려서…”

낯선 기계 앞에서 고민이 길어질 때면 혹여나 민폐를 끼칠까 위축됩니다.

<김홍선 / 서울 용산구>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니까 늦으면 괜히 또 부담감이 있잖아요…”

키오스크 이용 경험이 있는 55세 이상 고령층은 절반이 되지 않습니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이용률은 낮아지는데요.

75세 이상 고령층의 키오스크 이용률은 13.8%에 그칩니다.

어디서나 키오스크를 마주치는 세상에서 다른 서비스의 장벽까지 높아질까 걱정입니다.

<김홍선 / 서울 용산구> “공항이나 터미널이나 그런 데 가서 할 때는 차이가 좀 있죠. 기계가 다르니까 새로워 보이잖아요.”

‘무력감’마저 느끼는 어르신들에게는 1대1 맞춤형으로 다가가는 보다 적극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구정우 /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직접 찾아갔으면 좋겠어요. 가능하다면 가구를 방문해서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법에 대해서…”

처음부터 어르신들의 편의를 반영한 ‘쉽게 쓰는’ 키오스크도 필요합니다.

<허준수 /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활자라든지 반응 속도라든지 노인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개발하고 보다 편안하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기술의 발전이 또 다른 누군가의 소외를 낳는 만큼 디지털 약자들의 시선을 충분히 살펴야 할 시점입니다.

연합뉴스TV 김예린입니다.

#키오스크 #디지털_소외 #노인

[이광빈 기자]

최근 들어 지방자치단체에선 경로당 맞춤 프로그램 등을 통해 비대면 주문이나 예약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강좌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일상생활에서 자신감까지 생겼다고 하는데요. 디지털 교육 현장을 한웅희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비대면 주문·예약 척척…어르신 디지털 교육 현장 / 한웅희 기자]

[기자]

경기도 시흥의 한 노인복지센터.

디지털 교육을 받기 위해 어르신들이 모였습니다.

각종 키오스크 사용법과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예약법 등을 알려주는 디지털 교육은 센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수업 중 하나입니다.

강사의 시범을 본 뒤 모의 키오스크로 따라해 봅니다.

<현장음> “여기 터치 먼저 한 번 해주세요. (이거 터치?) 네. 터치해 주세요. 꾹 눌러 주시고 (꾹 누르고) 꾹 안 누르면 이렇게 안 나와요. 한 번 더. (네 눌렀어요.) 그렇죠. 하니깐 이렇게 움직이죠. 네 됐어요 이제.”

모른다는 부끄러움도 잠시, 배우고자 하는 열정에 어르신들의 눈빛이 반짝입니다.

<김복자 / 77세> “정말 너무너무 재미있었어요. 계산하는 데 빠르고 좋았다는 감을 느꼈습니다. 지금은 어렵지만 잘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잘할 수 있어요.”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어르신들에게 꼭 필요한 스마트폰 택시 예약 앱과 지하철 앱 사용법 교육도 함께 이뤄졌습니다.

2시간 가량의 수업을 마친 어르신들은 디지털 교육이 일상생활에서의 자신감으로 이어진다고 말합니다.

<김경애 / 78세> “(혹시 전에 누가 알려주는 사람 있었어요?) 없었어요. 혼자 사니까 없었어요. 젊은 사람들처럼 이거 배워서 익숙해지면 (앱으로) 부를 것 같아요.”

코로나 이후 식당과 병원, 은행 등 키오스크와 스마트폰을 사용해야 하는 장소가 늘면서 어르신들을 위한 디지털 교육이 필요한 분야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서영주 / 디지털 교육 강사> “디지털 격차가 크기 때문에 어떤 부분을 더 교육해 달라고 계속 말씀하세요. 그러면 저희들도 새로 나오는 거나 어르신들한테 꼭 필요한 앱을 공부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교육은 주로 노인복지센터와 경로당, 복지관 등을 통해 무료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점점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교육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송선숙 / 시흥재가노인통합지원센터장> “(지자체에서) 예산을 집행할 때는 효과와 효율성을 많이 따져요. 그렇지만 저희는 새로운 것에 대한 경험을 어르신들한테 해드리게 함으로써 앞으로의 보이지 않는 효과와 효율성을 기대하고.”

어르신들에게 이제는 필수 과목이 돼 버린 디지털 교육.

또다른 문맹을 낳지 않기 위해선 디지털 소외계층을 배려한 교육 인프라 구축이 시급해 보입니다.

연합뉴스TV 한웅희입니다.

#노인 #디지털_교육 #키오스크

[진행자 코너]

노령층은 아무래도 병원을 이용할 일이 많을 텐데요. 이마저도 디지털화로 불편해지는 경우가 생기고 있습니다. 병원 예약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서비스 활용에 취약한 많은 노인들로서는 달갑지 않은 변화입니다.
예약하지 않고 병원에 갔다간 간단한 진료를 받는 데에도 몇시간 동안 기다리게 될 수 있습니다. 일찌감치 디지털 서비스로 예약이 마감 돼 버려 진료받지 못하기도 합니다. 아예 현장 진료 신청을 받지 않는 사례도 나옵니다. 이 경우 멀리 현장 접수가 가능한 병원까지 가야 하는 불편함이 따릅니다.

병원 예약 애플리케이션은 월 이용료를 내야 하기도 해 디지털 유료 구독 서비스 이용에 취약한 노령층으로서는 더욱 난감합니다. 병원 예약뿐만 아니라, 대형병원의 경우에는 진료 전후 과정이 키오스크 이용으로 바뀌는 흐름입니다. 보험료 청구도 애플리케이션으로 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 노인층은 더욱 곤란해지고 있습니다. 건강 관리 분야에서도 노인층의 ‘디지털 소외’가 발생하는 셈입니다.

지난해 11월 1일부터 10일까지 전국 30개의 병원을 상대로, 예약 디지털 서비스로 인해 진료받지 못했다는 민원이 제기됐습니다. 디지털 예약자가 많다는 이유로 운영 종료 몇시간 전에 현장 접수를 마감한 경우 등이었는데요. 병원 8곳이 행정지도를 받기도 했습니다.
행정당국은 진료가 가능한데도, 특정 디지털 서비스를 통한 예약 외에 진료 신청을 받지 않는다면 의료법 위반이라는 입장입니다.

IT 기술 발달로 경제 구조와 생활 방식이 바뀌는 것은 필연입니다. 변화는 거부할 수도 없고, 거부해서도 안 됩니다. IT 기술 변화에 따른 정치·경제·사회적 반응이 느리면 글로벌 경쟁 흐름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변화의 과정에서 디지털 소외 계층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변화의 과도기에서는 기존 오프라인 서비스와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가 공존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육과 사회적 지원 등을 통해 디지털 소외 계층이 새로운 변화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광빈 기자]
올해 이렇게 많은 선거로 인해 세계 각국의 정치는 물론 경제도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이는데요. 특히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한국 경제 곳곳에 지정학적 위험 요소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박지운 기자가 소개합니다.

[디지털 강국인데 세대간 디지털 격차 심화…체계적 지원 필요 / 최덕재 기자]

[기자]

재작년 국내 스마트폰 보유율은 93.4%.

3년째 93%를 넘었습니다.

10~40대는 100%에 가깝고, 60대도 93.8%를 기록했습니다.

‘스마트’한 만큼 쓰기 어려울 수도 있는 최첨단 기기를 전 연령대가 거의 모두 쓰고 있는 건데, 과연 나이에 상관 없이 누구나 서비스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환경설정, 소프트웨어 설치, 파일전송 등 디지털을 활용하는 정보화의 ‘역량’ 수준은 재작년 일반 국민 수준을 100%라 했을 때 60대 56.7%, 70대 34.6% 였습니다.

10대~30대의 1/3, 1/4 수준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실시간 활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령층에겐 ‘기능만 많은’ 전화기가 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노령층의 디지털 세상 고립은 온라인에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65세 이상 고령층 1만 97명 중 64.2%는 키오스크 주문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재작년 운영중인 국내 키오스크는 45만 4,700여대로 3년 만에 2배 이상 늘었습니다.

한마디로 노인들이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디지털 격차를 절감하는 상황.

문제는 관련 지원 예산이 오히려 줄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올해 디지털 격차 해소 기반 조성 사업 예산은 428억 6,400만원으로 편성됐습니다.
작년 895억 1,000만원보다 약 52% 줄었습니다.

기존 교육들 중 중복되는 부분들이 있어 예산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조정됐다는 게 정부 설명입니다.

예산은 줄었지만 실효성 있는 방식으로 지원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방침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 “현실에 맞춘 방안들을 검토해서 추진할 예정입니다. 센터들에 대해서 좀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방안들 그런 방안들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일부 통신사가 경로당을 방문해 IT 교육을 하는 등 민간 노력도 이어지고 있지만, 전국적인 확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65세 이상이 1,000만명을 넘을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나이가 많다는 게 기술 발전의 편리함을 누리지 못해도 된단 건 아닐 겁니다.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연합뉴스TV 최덕재입니다.

#노인 #디지털 #예산 #고령화

[클로징: 이광빈 기자]

노령층의 디지털 고립 현상은 건강 문제로 이어집니다. 우울과 불안 증세가 생겨 전체적인 건강 상태에 악영향이 생기고 있는 것이죠. 실제 지난해 한국노인복지학회의 연구에서는 노년층의 디지털 리터러시가 낮을수록 우울 수준이 높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자연히 이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향상을 위한 고령 친화적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태블릿을 대형화하거나 대화형 형식의 기술을 적용해 노년층이 좀 더 쉽게 디지털 기술에 적응할 수 있게 만드는 겁니다.

이와 더불어 실생활에 맞춘 노년층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더욱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노년층 스스로가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고 각종 기기 활용에 두려움이 없도록 해줘야 합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고령화 #디지털시대 #키오스크

PD 김효섭
AD 김희정
송고 이광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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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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